2005. 2. 21. / [자료제공 : 김영태 교수님]
*상.장례 관련 민속놀이(3)*

4. 매장현장놀이
충북지방에서는 <진사모시기>, 충남지방에서는 <가래장구지우기>,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
가 있으나 전남 도서지방의 <산다위>를 들 수 있다.
운구 및 산역에 필요한 도구인 상여, 가래, 문상객, 산역꾼, 상두꾼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장지에서 놀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장지와 상가에서 벌어지기도 하며, 출상을 마친 날 밤 이
웃에서 자리를 벌여 상가에서 제공하는 음식와 함께 노래판과 놀이를 하기도 한다.
1) 진사 모시기
장지에서 봉분을 다지며 덜구를 찧는 동안 상두꾼들이 진사를 지정하게 된다. 대개 사위들이
지목된다. 그리고 봉분이 마무리될 무렵 접근해서
'진사 모시자'
하며 느닷없이 사위를 묶어버린다.
짚이나 새끼로 아무렇게나 만든 정자관이나 안경을 씌운 뒤
'이 댁에 진사났다'며 '진사를 모시자'
면서 몸을 묶은 새끼줄을 잡아끌고 상가 집으로 향한다. 도중에 진사가 행차하시니 길을 비키
라고도 하고 빗자루로 길을 쓰는 흉내도 내면서 진사행차 흉내를 대충 내기도 하며, 주막에서
술을 먹기도 하면서 상가 집에까지 온다. 상가에 오면 외양간에 묶어 놓고 쇠죽을 피다 주며
' 진사님 진지상 올린다'
며 놀이를 한다. 그러면 상가 사람들이 술상을 차려오고 대접을 잘 하게 되면서 풀려나게 된
다.
2) 가래장구지우기
산역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역시 주로 사위가 지목되어져 산역이 끝날 무렵 산역때 사용했던
가래 자루에다 지목된 사람을 묶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래에 묶이면 허리를 굽힐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앉을 수도 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술과 안주 등을 확보하고 나서 가래
줄을 풀어주는 놀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가래를 세로로 대어서 팔을 벌려 묶어 십자가를 진 것처럼 하여 몸놀림에 약
간의 자유를 주기도 하나 가래장구를 지우면 아무리 장사라도 항복을 할 수 밖에 없고 후하게
술판을 벌여주게 된다.
놀이의 대상이 주로 사위가 되는 것은 사위가 상가집이 자기 동네가 아니고 처가동네라, 동네
사람들과 친교를 가질 기회가 적어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거드럼을 피
우거나 점잔을 뺀다거나 장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경우 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과의 친교에
도 문제가 있으므로 이런 놀이를 통해허물없이 친숙하게 될 수 있으므로 주로 사위가 대상이
된다.
3) 산다위
추자도의 경우, 장례식의 중요한 일은 거의 여자들에 의해 행해지며, 장지놀이도 여자들의 몫
이다.
운구는 남자들이 하지만 그것은 일이 아니라 기껏 놀이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부인들로 이루어진 상포계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장지에서 노랫가락을 부르며 산역을 한다.
그리고 하관후 봉분이 마무리 될 무렵부터 부인들에 의해 산다위가 본격적으로 행해진다.
계장이 장지에 온 남자 중에서 한 명을 지목하면 갑자기 여성 네 명이 남자의 사지를 하나씩
잡아채어 들고 나머지 여자들이 달려들어 들려진 남자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는 것이다.
그러던 중 남자의 성기를 만진 여자는 '이 물건은 내꺼다' 하고 소리를 지른다. 남자는 저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계장이 얼마를 내 놓을 것인지 흥정을 하게 된다. 흥정이 되면 내려지고
돈이 건네지면 끝나게 된다. 장례의 마지막 순서인 평토제와 산신제가 올려지는 동안 약 30분
간에 걸쳐 산다위가 진행된다.
추자도의 '산다위'의 경우, 직접 겪기도 한 전경수('통과의례'의 역자)는 장지에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의례적, 상징적 윤간행위로만 이해하여 노랫가락에 의한 소리가 요란하고, 이것이
'산다위'의 시작이라고 했음에도 놀이판 해석을 놓친 부분이 있다고 보며, 민속학자인 나승만
의 경우는 청춘가 등의 노래가락으로 시작된다. 성인들의 유희나 놀이판으로 이해하고 있어
'산다위'에서 행해지는 성적인 행위에 대한 해석을 높친 점 등이 보완 연구되어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산다위' 란 원초적으로 젊은 남녀들이 노래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즐겼던 노래판으로 전해져
오기도 하였으며, 세계 각국에섣 이런 유형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에도 술 마시고 노래부르며 노는 모임을 '산다위'라 일컷기도 하며, 일제 강점기에 징병
으로 끌려갈 때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며 이별을 아쉬워 한 것을 "송별 산다위"라
하였다
'산다위'는
(1) 사랑을 주고 받을 목적으로 벌이는 놀이판,
(2)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이별을 아쉬워하며 벌이는 송별놀이판,
(3) 장례 후 상가음식을 먹으며 벌이는 놀이판. 등이 해당된다고 본다.
죽은 사람을 확실하게 갈라 놓는 것이 매장의 절차이다. 따라서 송별의미의 '산다위'가 벌어
질만도 하며, 의례적인 윤간행위는 노골적인 성적 욕망의 표현으로 남녀간 사랑을 고백하는
전형적인 산다위 모습으로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래기'나 '산다위' 등 장례관련 놀이에서 자주 성(性)을 노래하고, 출산을 연출하는 등 性
이 등장하는 의미는 죽음으로 인한 성적결핍을 도덕에 구애받지 않고 노래나 놀이를 통해 표
현함으로서, 죽음의 절망을 삶의 신명으로 바꾸어 놓고 性의 상실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고
본다.
장례의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 자체가 죽음에 의한 가족손실을 보상하는 의미로 이
해할 수 있으며, 놀이 형식의 노골적인 성묘사나 출산 상징행위들은 우리 민족 뿐 아니라 다
양한 민족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서 베라완족들은 모임의 야단법석을 통해 몸의 심한 접촉과 성적 통정을 표출하며, 와
라문가족들은 시신을 든 여자가 남자 다리 사이를 지나야매장하는 특이한 매장 풍속을 보이
고 있으며, 콩고나 자이레 등에서도 묘지에서 발가벗은 여자와 아이의 인형을 등장시키고 있
다. 성(性)은 인간의 생명을 가장 활성화시키는 행위이자 새 생명을 공급하는 행위로 죽음을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삶의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죽음의 침울하고 엄숙한 의례를 깨
뜨리는 역설적인 놀이를 통해 죽음의 분위기에 몰입되지 않고, 산 사람들의 생명력을 더욱 건
강하게 하는 합리적인 문화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장례 관련 놀이와 같은 이러한 역설적인 놀이는 유교적 도덕률에는 어긋난 것으로 유교적 기
준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겠다. 그러나 유고문화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있었던,
죽음을 극복하고 삶에 적응하는 인간본연의 슬기에 토대를 둔 것으로 자생적으로 전승되어진
민족성과 민중성을 지닌 문화로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장지놀이의 기능] ----------------------------------
① 장례를 끝내면서 규범적인 의례의 국면을 일상적인 삶의 국면으로 바꾸어 주는 구실,
② 상두꾼들이나 산역꾼들이 운구, 매장후 돌아올 때의 울적함이나 무료함을 놀이와 술판
을 통해 달래 보고자 하는 긍적적인 의미,
③ 상주들도 그동안 치루었던 경건하고 엄숙한 죽음의 의례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
에서 짓궂은 행동으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여 삶의 국면을 느끼도록 하자는데 있다.
④ 가족적 상실감을 놀이를 통해 상징적으로 젊은 인물을 진사로 모셔 죽음에 따른 결손을 회
복하고 메꾸고자 하는 의미,
⑤ 주술적인 기능의 하나로서, 굼시발복할 명당에 묘를 써서 '묘를 쓰자마자 진사가 났다'는
등 가문에 영화가 있을 것이라는 주술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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