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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래기(葬)

*[論論]'축제' - 죽음,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

by fireball'Flee 2022. 7. 25.

2006. 12. 18
Forever ........

 

 

*죽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

--------------- 영화 <축제>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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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1. 여는 말 
현대인들은 영화를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는 직접 체험할수 없는 무언가의 실현을 꿈꾼다. 신광철, "영화는 어떤 꿈의 공장인가", 박규태 외, {종교 읽기의 자유}, 청년사,
1999, pp. 194-204.

 

종교학자 엘리아데가 영화를 "꿈의 공장"(dream factory)으로 비유한 것은 영화가 지니는 이러한 특성을 전제한 것이다. 엘리아데는 영화라고 하는 꿈의 공장이 무수한 신화적 주제를 넘겨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Mircea Eliade, The Sacred and the Profane:the Nature of Religion, Harcourt, Brace & World, Inc.: New York, 1959, p. 205.

 

 

영화는 신화적 상상의 산실이며, 신화를 꿈꾸는 인간의 무대인 것이다.) 영화를 포함한 매스 미디어가 대중에게 부과하는 영상과 행위형태의 신화적 구조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조할 것. Mircea Eliade, 이은봉 역, {신화와 현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85, pp. 217-220.

 

신화적 세계 속에는 인류의 보편적인 원형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영화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까닭은 그 속에 인류의 보편적인 원형이 담겨진 신화적 상상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신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주제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는 인류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가 하면, 인류 문명 발전의 역사가 담겨져 있기도 하다. 신화의 세계에는 창조와 관련된 주제들뿐만 아니라, 인류와 우주의 종국(終局)과 관련된 주제 또한 담겨져 있다. 인간의 죽음은 신화적 상상력의 중요한 모티브를 이루어 왔다. 신화적 상상의 산실인 영화 세계 역시 죽음의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삼아 왔다.

 

많은 영화 속에 죽음에 대한 천착이 담겨져 왔으며, 영화 속 죽음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져 왔다. 영화 세계에 담겨진 죽음에 대한 상상은 죽음을 다루는 인간의 의례적 행위에 대한 조망에 미치기도 하였다. 이른바 "장례식 영화"가 그것이다.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인 장례식에 초점을 맞춘 장례식 영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임권택의 <축제>, 박철수의 <학생부군신위>, 그리고 이타미 주조의 <장례식> 등이 있다. 이 영화들은 장례식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풍경을 나름의 입장에서 스케치하고 있다. 이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는 장례식을 단지 "망자"(亡者) 또는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남은 자" 또는 "삶"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장례식영화에서 장례식이 망자의 죽음을 넘어 "남은 자들의 삶"의 맥락에서 묘사되고 있는 사실은 죽음의 의례가 지니는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실 죽음의 의례는 당사자(망자)가 의례를 수행할 수 없고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영화들은 죽음을 그것 자체로 종결된 것으로 보지 않고, 남은 자들의 삶과 고리 지워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이른바 장례식 영화에 나타난 죽음의 이미지와 그것의 의미를 살아남은 자들의 삶과의 연관성 속에서 찾고자 한다. 위의 세 영화들은 각각 나름의 맛깔로 "죽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들에 담겨진 "죽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의 의미를 하나씩 천착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우선 임권택 감독의 <축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글은 3부작의 처음을 이루는 셈이다. 이 글은 2000년 6월 2일 강남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종교학회 춘계 학술대회 <종교현상학·비교종교학> 분과에서 발표한 것을 보완·정리한 것이다. 분과토론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탄생의 축제성과 장례의 축제성에 담겨진 함의는 상당히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정진홍 선생님의 지적은 필자가 앞으로 두 편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화두로 삼아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임권택 감독은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미국의 존 포드와 함께, 그 나라 문화의 특징을 훌륭하게 영상화한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소영, "현자가 된 감독, 그러나…", {씨네21}, 1996.6.25., p. 59.

 

 

임 감독은 민족 문화 전통을 전면에 내세우며 근대화의 의미를 질문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내 개인적 욕심은 내 작품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의 요소들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통을 영상 속에 담고자 노력해 왔다. 곽한주, "한국 영화에서의 근대화 담론-<서편제>와 <축제>를 읽는 한 시각", {필름 컬처} 2호, 1998, p. 189. 전통 혹은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임권택 영화의 중요한 계기를 이루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다. 그의 어머니는 비극적인 현대사와 가족사(家族史) 한 복판에서 "가장 처절하고 누구보다도 심하게 깨어진" 삶을 살았다. 그의 영화 만들기는 "깨어진 조국, 깨어진 고향, 깨어진 뿌리를 다시 꿰어 맞추는 작업"이었으며, "그 깨어진 것들의 봉합의 주체이어야 할 인간성의 궁극을 탐색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늘 어머니에게로 회귀하고자 하였다. 김열규, ""파편의 삶", 봉합하는 임권택", {대중스타론}, 세계사, 1992, pp. 32-45.

 

영화 <축제>는 임권택 영화의 두 가지 계기, 즉 전통과 어머니의 계기가 전면에 나타난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 <축제>에는 임 감독의 "어머니 담론"과 "전통 담론"이 작동되고 있다. 곽한주, 앞의 글, p. 196.

 

https://youtu.be/WrQyPHzzfCA

 

임권택 감독은 이 두 가지 담론을 하나의 사건에 합류시키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장례식이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인 전통 장례식을 통해서 어머니 담론과 전통 담론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은 죽음을 기념하는 통과의례이다. 장례식은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망자에게 초점이 모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의례 절차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초점은 망자에게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옮겨지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장례식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의 기념은 다만 망자의 몫일 수만은 없다. 죽음, 그것이 기념되는 것은 남은 자들의 삶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영화 <축제>는 장례식의 이러한 측면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축제>에 나타난 "죽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삶"의 무게를 (1)영화 속에 나타난 죽음의 이해, (2)죽음의 기념, 그리고 (3)남은 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천착하고자 한다. Ⅱ. 죽음의 이해 임권택의 영화 <축제>에는 기록영화 같은 냉정함과 동화 같은 정감이 교차하고 있다. 남동철, "축제-죽음에 관한 아름다운 동화", {씨네21}, 1996.6.11., p. 41.

 

 

<축제>는 장례식의 절차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 <축제>는 영상을 통해서 전통 장례식을 면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축제>는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인 장례식의 절차 하나 하나를 마치 민족지(ethnography)를 기술하듯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영화에 담겨진 장례식의 미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인간 군상의 의식(意識)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儀式)인 장례식에 담겨진 뜻을 천착하고 있다. {타임}지의 영화난을 담당한 케빈 스미스가 {LA 타임즈}에 기고한 평론에서 <축제>가 "전통 장례식 절차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타미 주조의 일본영화 <장례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타미의 영화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고 폭이 넓다"고 평한 것도 이러한 감독의 주제 의식을 전제한 것이다.) "거장-임권택 감독 영화제", {KINO}, 1996.12., p. 174.

 

 

영화 <축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죽음에 대한 탐구를 실행하고 있다. <축제>는 동화를 통해서 죽음이 그것 자체로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의 계기라고 하는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장례식을 둘러싼 살아 남은 자들의 삶과 의식(意識)에 대한 해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동화) 이청준의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말하는 것이다. 는 영화 <축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임권택 감독 스스로 동화를 영화 <축제>의 테마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축제>의 장례식에서 테마는 동화이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가는 축이자 소재는 장례식이라고 보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같은 인터뷰에서 영화 속 동화의 의미를 "인생사에서 죄스러운 어떤 마음을 담아내는, 현실로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인터뷰)축제-즐거운 장례식", {KINO}, 1996.5., p. 158.

 

 

여기에서 언급된 "죄스러운 마음"은 감독 자신의 체험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동화의 작가인 이청준의 체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동화처럼 어머니를 이쁘게 가꿀 수 없는" 체험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렇게 공유한 체험을 소설과 영화의 동시 작업을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것이다. 임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치매 초기에 들어선 팔순노모를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나는 가족 단위로는 감당하기 힘든 가족의 문제를, 개인적으로는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영화에 담아 정직하게 내보이면, 이 각박한 세상에 강제로 되어지지 않는 효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우연히 이청준 씨와 지방에 같이 가게 되면서 그이 어머니 장례식 이야기를 듣고 당장 합시다 했다. … 그 무렵 이청준 씨가 써놓은 동화를 출간 전에 보여주었다. 동화를 읽고서 아주 감동했다. 사실 그이나 나나 동화처럼 어머니를 이쁘게 가꿀 수 없는 사람들인데, 다만 작품을 통해서나마 자기가 못하는 효심과, 죽은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었고 그게 아주 중요했다.") 위의 글, p. 157.

 

 

동화는 "어머니의 죽음" 또는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로 압축되는 "어쩔 도리 없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죽은 자와 산 자의 매듭을 발견케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동화의 장면은 (장례식을 포함한) 영화 속 현실의 장면과 사뭇 다른 스타일로 영상화되고 있다. 영화 속 동화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최대한 절제된 채 영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임 감독은 영화 속 동화에 대한 이러한 카메라 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문) "동화 속의 장면들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연출하셨는데, 사실적이지 않게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일상에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현실생활에서는 지향의 세계일 뿐이 지 결코 도달은 못하는, "작품 속의 세계"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었다." 문) "동화 속의 장면은 거의 카메라 이동이 없는데요" 답) "카메라의 이동을 자제한 것은 동화에서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위의 글, p. 161.

 

 

 

 

*Stratovarius*   [200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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