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詩選]

'떠나가는 노래'
어야디야
상여 같은 가슴 메고
나는 떠나네
하얀 꽃송이 촘촘한 백상여 속에
설움이 얼마, 잘린 손가락의 비명이 얼마
좀먹은 폐, 핏자욱 마르지 않은 영혼들 무거워
허청허청 어야디야
나는 떠나네
허한 눈망울로 매어달리는 벗들아
떠난다 우지 마소
우리가 만난 곳은
기름먼지 자욱한 작업장 구석
빗방울처럼 괴로워 나뒹구는
절망의 땅이어도
우리가 만나야 할 곳은
이런 곳이 아니네
우리가 나눈 것은
담배 몇 대, 철야시간 버티는 깡소주잔의 울분이어도
우리가 나눠야 할 것은 그런 것만이 아니네
늘어진 몸으로
쓴 담배연기 날릴 때
허공을 나는 새가 부러웠지
나는 한 마리 새처럼
아늑한 보금자리 찾아가는 것이 아니네
죽음의 연기 뿜어내는
저 거대한 굴뚝 속을
폭탄 품고 추락하는 새라네
어야디야
상여 같은 가슴 메고 나는 떠나네
어야디야
우리 다시 만나세
사랑 가득한
높낮이 없는 새 땅을 위하여
짓눌러진 육신,
갈라선 것들이 하나로 제 모습 찾는
싸움 속에서 다시 만나세
하얀 꽃송이 촘촘한
백상여 무거워
허청허청 울며 절며
나는 떠나네
어야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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