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0.
*장묘제도의 개선방안(2) -- '문제점'*

1) 국토관리의 비효율성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묘지면적을 축소하여 국토관리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매장에서 일정기간(최장 60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화장 또는 납골토록 하는 내용으로 입법화코자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장에서는 산골(散骨)을 하지 않고 다시 매장, 묘봉을 짓거나 납골묘 또는 납골당에 안치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될 경우 묘지면적의 축소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묘지면적은 최악의 경우 3배수(원래 매장묘, 화장후 일정기간 가매장, 납골묘 봉안)로 늘어날뿐더러 장례를 2번 내지 3번 치르는 데 따른 인적, 물적, 행정적 비용은 너무나 크고 화장에 따른 공해의 발생과 납골묘 조성용 대리석 채굴에 따른 자연의 파괴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는 가히 최악(最惡)의 장묘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한번의 매장으로 소골(消骨)이 되어 없어질 무덤을 왜 의무적 삼중장(三重葬)의 절차로 입법화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대신 4-5평 미만의 잔디와 흙으로만 된 "녹색묘지"를 조성토록 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환경친화적 장묘제도가 될 터인데도. 이처럼 "녹색묘지"를 조성한다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소골(消骨)이 됨은 물론이고 봉분(封墳)마저 내려 앉아 모든 것이 저절로 자연으로 되돌아 가기 때문에 묘지로 재활용될 수도 있으니 효율과 비효율의 논의를 떠나 국토관리 자체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
우리들은 옛날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거나 지나가다 모르는 이의 상여를 만날 때는 "나무두루마기 입고 흙집에 가는구나"라고 하였지만 요즈음은 모두들 온통 돌로 묘지를 치장하다 보니 "돌짐지고 돌감옥 살러 가는구나"라고 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문제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여 이처럼 돌로 축대를 쌓고 비석, 망주석을 세우고 상석을 놓는 개인묘지나 공원묘지와 대리석으로 장식한 납골당이지, 자연스런 매장 자체가 무슨 문제인가? 따라서 매장이나 화장의 문제보다는 상식과 도를 넘는 넓은 묘지면적과 돌치장, 석물장식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본다.
재삼 이야기하지만,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도 공해발생과 자연파괴를 초래하는 시한부 매장을 거쳐 화장후 납골당 안치보다는 매장후 "녹색묘지"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2) 장묘비용의 증가
장례비용은 매장의 경우 "96년도에 기당(基當) 680만원, "98년도에 88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화장장의 경우 구당(柩當) 화장비용은 200 내지 300만원 정도이나 기타의 화장장에서의 화장비용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매장의 경우는 상례(喪禮) 전체비용을 말하나 화장의 경우는 화장장(火葬場)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데 드는 제한된 비용을 그것도 시립화장장의 비용을 말하기 때문에 양자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전술한 바와 같이 화장은 단순한 화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화장후에 결국 다시 무덤을 쓰기 때문에 장묘비용면에서도 화장이 매장보다 결코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할 수가 없다.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처럼 시한부 매장, 화장후 납골묘 봉안의 경우에는 단순 매장보다는 최소한 2-3배 이상의 장묘비용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묘비용을 절약한다는 의미에서도 화장보다는 매장 특히 "녹색묘지" 매장이 훨씬 경제적이며,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처럼 시한부 매장(埋葬) 후의 화장(火葬)과 납골묘(納骨墓) 조성의 훌륭한 대안(代案)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비록 화장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화장장과 납골당 건설에 국가적인 지원을 하여 원하는 국민들이, 예컨대 "노잣돈"을 지불 않고도, 화장과 납골당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제도적 보완을 완료한 후에 권장,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3) 호화분묘의 조성
현행 매장제도 하에서 묘지 부족현상의 주범은 사실 호화분묘의 조성과 집단묘지에 대한 엄격한 허가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먼저 호화분묘의 실태를 알아보기로 하자. 지난 1991년 경기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호화분묘로 지적된 묘지수만도 45기에 달하고 이 45기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자그마치 55,000 평방미터에 달했다고 하니 호화분묘의 기당 평균 묘지면적은 1,222평방미터(370평)나 되는 셈이다. 따라서 호화분묘의 점유면적은 집단묘지 1기당 3평안(案)에 비하면 무려 123배나 초과하게 되니 이와 같은 호화분묘의 조성이야말로 묘지부족 현상의 일차적인 원인이 되며 또한 호화분묘일수록 석물장식이 심하니 자연의 파괴와 주변경관의 훼손을 초래하고 있다.
사실 묘지부족 현상의 주범(主犯)은, 이처럼,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이에 대한 과태료나 벌과금, 체형을 엄격히 가하고 예외없는 집행을 하지 않고,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천년동안 내려온 장묘관습을 하루 아침에 강압적으로 그것도 더욱 번거로운 삼중장(三重葬)으로 바꾸려는 발상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엄격한 허가제도
현행 매장제도 하에서 묘지 부족현상의 또 하나의 주범은 사설묘지와 공원묘지 허가를 비롯한 엄격한 허가제도에 있다고 하겠다.
현재 공원묘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민법, 형법, 공익법인설립법, 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 도시공원법, 택지개발촉진법, 자연공원법, 토지수용법, 산림법, 수도법, 환경영향평가법, 수도권정비계획법, 지방세법, 건축법 등을 비롯한 최소한 15개의 법령을 통과해야 된다고 하니, 일반인들이 공원묘지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묘지부족 현상의 주범은 당연히 엄격한 허가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원화된 "공원묘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정하여 공원묘지 지정신청을 장려하여야 묘지부족 현상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인데, 엄격한 허가제로 꽁꽁 묶어 두는데 어떻게 묘지부족 현상이 생기지 않겠는가? 여기서 전국의 집단묘지 현황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라 살펴보면 244개소, 1,970천기
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집단묘지의 현황]
엄격한 허가제도 때문에 공원묘지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 이외에도, 묘지분양가(사용료)를 고시가로 제한하다 보니 고시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의무적으로 석물을 하게 하여 자연을 더욱 훼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경기도 광주군 S공원묘지의 경우 묘지사용료(분양가)가 평당 16만 5천원으로 고시됐으나 실제로는 60만원이 넘고, 의무화된 비석 등 석물비를 포함한 평당 1백만원을 웃돌고 있다. 지자체 등 감독기관의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장례와 관련해 돈 따지기를 꺼리는 유족들의 심정을 악용한 사례다.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공원묘지들이 설치면적을 최대한 늘이기 위하여
지형(地形)을 대폭 변경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1998년 8월 폭우로 인하여 상당수의 공원묘지에서 수많은 묘지들이 유실되어 유족들이 시신수습도 잘 하지 못하였으며 묘지복구를 포기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경사도 제한 등 안전관련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광역시도중 경기도만이 묘원의 경사도를 36도로 제한해 왔으나 이마저 최근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로 분류돼 폐기될 예정이다. 국민이나 국토의 안전관리를 위한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될 것임에도 이에 관한 정부의 규제개혁은 뭔가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지형(地形) 변경을 할 경우에도 얕은 골짜기에 폐(廢)아스콘과 같은 쓰레기로 메우는 것을 금지시고 반드시 양질의 흙으로 메우도록 해야 한다. 장례를 치르는 것은 땅속의 지기(地氣)를 받기 위함이라는 풍수지리적 목적을 도외시한다 해도 본래의 토질과 쉽사리 융합하지 못하는 각종 폐기물을 넣어 얕은 곳을 메울 경우 웬만한 비 한번 퍼부으면 그냥 무너져 내리게 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주군 S공원묘지에 부모를 모셨던 J씨는 지난해 8월 유해일부가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장에 달려간 J씨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휩쓸린 묘지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공원묘지측은 개울을 복개할 때 덮었던 폐(廢)아스콘 등이 빗물에 휩쓸려 온 것이라고 우겼으나 경기도의 조사 결과 도로를 옆으로 옮기며 옛도로 위에 흙을 깔고 분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에 있는 모공원묘지의 부분적인 조성현장을 1999년 6월 17일 필자와 함께 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C회장은 "죽어서 저런 곳 위에 묻히면 시신에라도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같다"며 공원묘지에는 묻히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가족묘지를 허가받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동법(同法) 시행령 제5조 규정 (사설묘지)에 의한 자연인이 가족묘지 또는 개인묘지를 설치하는 경우 "1개소에 한하되 그 면적은 500평방미터 이하이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제한적이다.
이처럼 매장 관련법령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보니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아예 매장허가를 받지 않고 개인 또는 가족묘지를 임의로 조성하고 있는 형편이다.
5) 화장 및 납골당의 고비용, 비생태성
매장에 관련한 문제점이 거론될 때마다 언필칭(言必稱) 화장을 해야 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우리 국민들의 관행상 화장후 산골(散骨)을 하지 않고 다시 어떤 형태로든지 매장을 하고 봉분을 조성하기 때문에, 조금만 사려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화장은 오히려 문제를 확대재생산시키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처럼, 묘지면적을 축소하여 국토관리의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명분 하에, 매장에서 일정기간(최장 60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화장 또는 납골토록 하는 내용으로 입법화코자 하였다. 그러나 그 법이 시행될 경우에는 묘지면적의 축소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묘지면적은 최악의 경우 3배수(원래 매장묘, 화장후 일정기간 가매장, 납골묘 봉안)로 늘어날뿐더러 장례를 2번 내지 3번 치르는 데 따른 인적, 물적, 행정적 비용은 너무나 크고 시신 1구의 화장에 두말 정도의 석유가 필요하다는 화장에 따른 공해의 발생과 납골묘 조성용 대리석 채굴에 따른 자연의 파괴 또한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가히 최악(最惡)의 삼중장(三重葬) 장묘제도라 할 수 있을 것임을 앞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경주 율동 월성손씨 주손 손시익(孫時翼)씨가 조성한 500위 봉안용 납골묘 설치에 수억원이 들었다고 하며 경기도 고양시 금원개발 대표 김영복(金永福)씨는 공사비 200억원대의 "자유로 청아공원"이란 납골묘의 허가를 받아 1999년 6월 초 착공했으나 홍보전시관(1억 4천만원 정도의 공사비)마저, 일종의 혐오시설로 취급당해 한국토지공사 일산시 사업단, 고양시, 인근주민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여, 짓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일반 서민들이야 경비조달과 행정절차 수행의 어려움 때문에 개인용 납골묘 조성을 어찌 꿈이나 꿀 수 있겠는가?
그 대신 잔디와 흙으로만 된 4-5평 미만의 "녹색묘지"를 조성한다면 이상적인 환경친화적 장묘제도로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소골(消骨)이 됨은 물론이고 봉분(封墳)마저 내려 앉아 모든 것이 저절로 자연으로 되돌아 갈 것이기 때문에 묘지로 재활용될 수도 있으니 최저의 비용으로 최선의 장묘제를 택하게 되며 국토의 재활용도 순환무궁하다고 본다.
다만 "녹색묘지" 조성을 위해서는 묘지면적을 축소하고 석물장식을 엄격히 규제하며 이를 어기는 호화분묘에 대해선 예외없이 체벌과 더불어 중과세를 부과하고 철저한 법집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일부의 호화분묘에 대한 감시감독도 어려워서 지금까지 법집행이 잘 되지 않았다면,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처럼 전체 묘지에 대한 시한부 분묘의 감시감독은 어떻게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또한 얼마되지 않는 대도시의 무허가건물 철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데, 산속에 있어 직계자손마저 �기 힘든 수백만기의 분묘에 대한 시한(時限)을 어느 공무원이 공평하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하여간 삼중장(三重葬)을 초래하는 전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재입법은 막고, 흙과 잔디로만 된 4-5평 미만의 "녹색묘지"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2004.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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